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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휘 칼럼’이 연재됩니다. CAM뉴스가 한국기자협회 회장(제34대)을 역임하신 안재휘 대기자님을 모셨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중국’은 ‘중국’ 편이다.
흔히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이른바 ‘삼전도의 굴욕’을 거론하곤 한다. ‘삼전도의 굴욕’이란 병자호란(丙子胡亂) 때 조선의 왕 인조(仁祖)가 1637년 1월 30일 삼전도(三田渡 지금의 서울 송파)에서 청나라 태종 앞에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고개를 숙이는 항복 예식)를 바친 참사를 말한다. 그 처참한 장면을 상상하노라면 정말로 가슴이 느꺼워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청 태종 앞에서 꽁꽁 언 땅에 피가 나도록 이마를 찧으며 항복의 예를 갖추었다는 역사만을 치욕으로 거론하는 것은 온전한 접근이 아니다. 그것은 패망한 명나라를 여전히 부모국으로 섬기고 청나라를 오랑캐로 여겼던 협애한 사대사상(事大思想)의 산물일 따름이다. 그 이전에 이미 조선 왕은 명나라 황제의 칙서를 가져온 사신 앞에서 오배구고두례(五拜九叩頭禮)를 치르기도 했다.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말 사대주의의 산물
통탄할 대목은 따로 있다. 그 불과 30여년 전 왜군(倭軍)에게 온 국토를 짓밟힌 임진왜란(壬辰倭亂)의 참화를 겪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당파싸움에 찌들어 청나라에게 다시 백성들의 운명을 내어준 조선 지도층의 한심한 무능이다.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천하통일을 이루고 있는 중국의 엄존하는 정세마저도 사대주의의 좁디좁은 안목으로 묵살했던 그들의 외눈박이 기질이야말로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청나라 군대에 밀리고 밀려 남한산성(南漢山城)으로 도망쳐 숨어든 중신들은 끝까지 저항하자는 척화파(斥和派)와, 화약(和約)을 맺고 훗날을 기약하자는 주화파(主和派)로 나뉘어 맹렬히 치고받았다. 나중에 구한말 나라를 말아먹고만 조선 지배계층 사대부들의 고질적 사색당파 기질은 생각보다 그 뿌리가 깊다. 과연, 오늘날 그 우물 안 개구리들의 무한 다툼 기질은 이 땅에서 사라졌을까.
중국, 국력과 군사력 바탕으로 못된 본색 드러내
낡은 사회주의가 휩쓸면서 역사 속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던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 성공으로 일궈낸 폭발적인 국력신장과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추악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마구 왜곡하고, 세계 곳곳에서 영토·영해분쟁을 일으켜 말썽을 빚고 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걱정하고 있는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사뭇 엉큼한 이중플레이를 구사한다.
최근 중국은 북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보복이라는 이름으로 쪼잔하기 짝이 없는 패권국가 기질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심장을 겨냥한 미사일을 줄잡아 600여기나 배치해놓고 있는 그들이다. 랴오닝성 덩사허(登沙河), 산둥성 라이우(萊蕪), 산시성 한청(韓城)에 배치된 사거리 1800㎞의 둥펑-21은 11분이면 우리 대구 공군기지를 박살낼 수 있다.
해괴한 반박과 으름장의 배경은 오만방자
헤이룽장성(黑龍江省)과 푸젠성(福建省)의 조기경보레이더는 탐지거리가 무려 5500㎞다. 산둥성에 배치된 레이더는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날아온 미군 스텔스 전투기 F-22의 일거수일투족을 정확히 포착한다. 사거리나 탐지거리가 고작 500㎞짜리인 탄도미사일 현무와 미사일 조기경보체제를 갖고 있는 우리의 사드배치 문제를 놓고 못된 소리, 못된 짓을 거듭하는 것은 여지없는 패권 갑질이다.
중국은 지난 7일 우리 영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자기네 어선들이 한국 해경(海警)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사건에 대해 연일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제법상 보장된 권리의 범위 안에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 저들이 내놓는 해괴한 반박과 으름장의 배경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오만방자가 핵심이다. 저들의 의식 속에 ‘한반도는 우리 꺼’라는 완고한 흑심이 살아있다.
미국 밉다고 중국에 빌붙는 행태 더 위험
문제는 우리 정치권과 국민들의 한심한 정쟁 현상에 있다. 요즘 나타나는 논란들을 살펴보노라면 사색당파가 다시 시작된 듯한 착각이 든다. 친미, 친중, 친북, 친일이 미묘한 패가름 의식에 사로잡혀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해 논란을 덧낸다. 정치권을 비롯한 이 나라의 모든 담론들이 상호존중의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망각한 채 진영논리에 함몰돼 있다.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두 패로 나누어 죽어라고 드잡이를 하던 딱 그 꼴이다.
‘중국’은 ‘중국’ 편이다. 지나간 역사가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미국이 밉다고 중국에 빌붙으려는 행태는 중국이 싫다고 미국에 빌붙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세월이 아무리 지났어도 가까운 나라가 더 위험함을 경고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원리는 변함이 없다. 천년을 속국으로 살며 수탈당한 참혹한 역사의 기억을 절대로 까먹어서는 안 된다.
침범하면 때려 부수고, 신념을 무기로 맞서야
오늘날 한중관계를 오랜 역사적 관행에 기대어 종주국 관계로 오독(誤讀)하는 중국은 한반도의 분열을 즐긴다. 남북이 경쟁적으로 중국에 매달리는 현 상황이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저들의 비밀지도에 한반도를 자기들 땅으로 기록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유추는 합리적인 의심의 영역 안에 있다. 북한급변 시 곧바로 점령할 것이라는 예측 또한 일리가 있다. 저들은 자기들 땅까지 민주화 바람을 불러일으킬 북한의 붕괴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중국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저들이 세계적인 강대국가로서 국제적인 규범을 철저히 준수하고, 우리민족이 오랫동안 아파하는 분단의 고통을 상련(相憐)할 것이라는 낭만적인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저들이 우리의 주권적 가치를 침범하는 일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침범하면 가차 없이 때려 부수고, 억지주장에는 신념을 무기로 맞서야 한다. 한 치도 물러서서는 안 된다.
신성한 주권 지키려는 국민들의 하나 된 결기 절실
지난 2012년 러시아가 불법 도주하던 중국 어선을 3시간 추적해 총기를 쏴 나포한 사건과 2014년 인도네시아가 불법 어로를 자행하는 중국 어선을 나포한 것을 포함해 외국어선 170여 척을 폭파해 침몰시킨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보복을 우려하는 윤똑똑이들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돈을 지키기 위해 주권을 포기하는 일이 어찌 가당할 것인가. 그런 굴종은 또다시 중국의 속국으로 기어드는 치욕의 길에 다름 아니다.
적응적 묵종(適應的 默從/Adaptive Acquiescence)은 강대국과 연접한 국가가 생존을 영위하는 비책이다. 적응적 묵종의 전략적 개념은 ‘양보’와 ‘대항력’이다. 최소한의 양보를 하면서 핵심가치를 지키는 데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신성한 주권을 지키려는 국민들의 하나 된 결기가 절실하다. 우리끼리 치고받을 여유가 전혀 없다. ‘중국’은 ‘중국’ 편이라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절대로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인물정보]
출생 1954년
직업 언론인
학력 경희대학교 문리과대학 물리학과 졸업
경력
한국기자협회 회장(제34대)
대전일보사 업무국장 겸 논설위원
KBS대전 객원해설위원(정치분야)
배재대학교 미디어정보사회학과 겸임교수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 감사
경북매일 논설위원
CAM뉴스 cambroadca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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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아픔’을 이겨내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