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분간의 기적’이라는 책을 보았다. 가면을 쓴 교육의 섬뜩한 결과를 100여 페이지에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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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문득, 예쁘장한 여성이 진행하는 홈쇼핑을 보다가 단숨에 바지 석장을 구입한 기억이 떠올랐다. 바지를 홍보하는 여성의 자상한 꼬드김에 홀랑 넘어간 것이다. 대금을 지불하고 며칠을 기다린 끝에 큼지막한 박스를 받았다. 가성비 높은 품질을 설명하던 TV속의 여성이 아른거리면서 바지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박스를 열고 바지를 입어보았다. 그 순간 쌍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바지의 크기와 디자인이 방송에서 보던 것과는 도대체 딴판이었다. 홀라당 넘어간 부실을 자책하고, 바로 반송해버렸다.
‘23분간의 기적’에도 앞의 글과 비슷한 과정이 담겨 있다. 사람이 얼마나 쉽게 달아오르고, 또 얼마나 쉽게 생각을 바꾸는지 설명하고 있다. 예쁘장한 선생님의 자상한 설득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생각들을 하나씩 내버리게 만들었다.
예전의 둔탁한 교육이 아니라 세련된 문답형 교육방식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흔들었다. 아이들이 굳건하게 믿었던 기본적인 신뢰의 대상들을 무력하게 만든 것이다. 예쁘장한 선생님의 마법 같은 논리와 예증도 놀라웠다. 9시에 아이들을 만난 유능하고 예쁜 선생님은 9시23분에 아이들의 생각을 바꿔놓고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가면을 쓴 늑대가 양들을 순치시킨 것이다.
선생님의 놀라운 교육방식은 철저하게 학습된 방식에 의해서 진행되었다고 책은 말한다. ‘여기까지 가르친 선생님의 방식은 선생님이 이미 가르침을 받은 그 방식 그대로 답습했을 뿐이다’고 했다. 이른바 특정한 의도를 품고 있는 교육의 부정적인 힘을 적시하고 있다.
사실 선생님이 거론한 주제들은 다 무거운 주제들이다. 젊은 선생님이 스스로의 성찰에 의해서 체득한 주제와 답변이 아니다. 국가와 부모와 종교에 대한 지금까지의 믿음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선생님의 차분한 설득은 세뇌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선생님의 문제제기와 처분한 설명의 방식도 반복적인 교육에 의해서 학습된 것이라는 말이다.
제국주의 식민화 교육이 떠올랐다. 울화가 치밀었다. 그런데 이 내용이 소설이라고 생각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따위의 교육이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성행하는 현실은 다시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일제강점기에도 그들에 의한 세뇌교육이 이루어졌을 것이고, 그런 교육을 받은 무리들이 지금의 교육을 설계한 걸 생각하니 손이 떨렸다.
‘일본은 조선인에게 식민교육을 심어놓았으니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했다는 아베 노부유키의 말이 생각났다. 이 말은 일제와 그 후예들이 가지고 있는 불변의 인식이다. 바라기는, 책 속의 아이들이 나중에라도 이 못된 교육들에서 벗어났기를 소망한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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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아픔’을 이겨내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