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존경하는 신부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성당에서 일어난 비슷한 사건이 상반된 결과로 귀결되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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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성당의 성찬식에서 포도주를 담당한 소년의 발이 꼬이면서 넘어졌다. 포도주가 바닥에 쏟아졌다. 신부가 그 소년을 호되게 나무라면서 ‘다시는 성당에 오지 말라’고 했다. 이 소년이 나중에 무신론자인 유고의 독재자 ‘티토’가 되었다. 다른 성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포도주를 나르던 소년이 넘어지면서 포도주를 엎질렀다. 이 소년을 본 신부가 ‘성당의 일을 돕는 것을 보니, 나중에 훌륭한 신부가 되겠구나’라고 위로했다. 실제로 그 소년은 훗날 ‘휠튼 쉬인’이라는 대주교가 되었다.
역사적 사실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앞의 이야기를 들려준 신부님의 뜻은 명백하다. ‘같은 일이라도 상대방이 반응하는 말에 따라 전혀 다른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말 한마디가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는 질리도록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도 우리는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내뱉는 말이 아니라 북돋우는 말이 사람을 살린다.
음악선생님의 타박에 낙담했던 카루소가 어머니와 다른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세계적인 성악가로 성장했다는 일화가 있다. 타박보다는 응원이 가능성을 키워준다.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에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격려가 봇물을 이루었지만 꼰대 같은 반응도 나왔다. 결국 돈 때문이었냐는 반응도 일부 있다. 여러 반응들 중에서 안 선수의 직속선배가 보인 반응이 국민들 사이에서 빈축덩어리가 되고 있다.
그는 ‘안 선수만 힘든 것이 아닌데도 유난을 떤다’며 안 선수를 폄하했다. ‘안 선수의 금메달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합작품이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선배로서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본질을 외면하고 변죽만 올려 세운 무신경이 먼저 읽힌다. 기득권의 어법으로 아픔을 뭉개기보다 무슨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살피는 선배가 되었어야 했다.
대학원에서 상담심리치료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사례를 함께 나누는 수업시간에 자신의 젊은 시절을 토로하며 굵은 눈물을 흘린 동료가 생각난다. 그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무척 힘이 들었다고 했다. 딱히 어려움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아버지에게 어려움을 털어놓았는데, ‘너만 힘든 게 아니다’는 아버지의 냉담한 반응을 듣고 절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너무 거친 내용이 많아서 생략한다. 당장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는 벼랑 끝에서 돌아서게 만든다. ‘선한 말은 꿀 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잠언16;25).’ 성경의 말씀이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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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아픔’을 이겨내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