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긍정의 심리학’이 우리사회의 모든 영역을 쓰나미처럼 휩쓸고 지나간 적이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에서부터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까지, 내용과 관점은 조금 달랐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자세야말로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떠들어댔다. 수도 없이 많은 강좌들이 생겨났고, 대학에서마저 긍정적 자세가 우리사회를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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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지금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아직도 이름을 달리하는 잔재들은 많다. 뒷자리에 웅크리고 있다가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협박도 여전하다. 주목을 받아야 살고, 튀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부추김도 비슷한 맥락이다.
긍정의 심리학은 마틴 셀리그만 교수가 제창한 이론이다. 셀리그만 교수는 단순히 긍정적 자세가 삶의 부정적 측면을 밀쳐낸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다양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긍정적 정서가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고 입증해냈다.
그런데 이 긍정의 심리학이 굴절과 왜곡의 과정을 거치면서 애당초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교회에서는 절대긍정의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소리가 삐져나왔고, 다른 영역에서도 긍정의 마음이야말로 일을 성사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러나 무작정 긍정의 마음을 가진다고 해서 안 될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티아스 뇔케라는 독일의 언론인은 이런 사회적 흐름에 제동을 거는 책을 썼다. 그는 값싼 긍정의 마음으로 무장하고 여기저기서 나대는 사람들에게 겸손이 가지는 역동성을 강조한다. 특히 독일의 수상을 지낸 슈뢰더와 메르켈을 비교하면서 검소하고 겸손한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증한다.
또 목표를 높게 가진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이룰 만큼의 목표를 가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과 친해져야 한다면서, 자신과 친해지려면 자기의 한계를 알고 자신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기대를 높게 가지는 것도 자신을 소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라는 마티아스 뇔케의 책에서 여러 번 읽은 부분이 있다. 먼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요구했다. 그런 후에 ‘남이 정한 경계는 나를 가두지만, 내가 정한 경계는 나를 규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끝이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채우는 표시다’라고 말한 대목이다.
남들이 좋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살다가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이들을 적잖게 봤다. 남의 눈 때문에 쓸데없는 겉치장과 거드름을 앞세우는 이들도 숱하다. 자신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장면이다. 한 발짝만 물러서면 그럴 일은 아예 없다. 삶의 내실을 꽉 채우는 원동력, 결국은 ‘겸손’이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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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아픔’을 이겨내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