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은퇴하는 사람이 준비해야 될 것에 대해 몇 자 쓴 적이 있다. 그 글을 요약하면, 무엇보다 건강을 잘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과 소득이 없을 때를 대비해서 일정한 정도의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다양하게 걸쳐 있는 사회적 관계들을 대폭 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열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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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그런데 막상 은퇴를 하고보니 건강과 현금 그리고 관계의 조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따로 있었다. 그것은 ‘마음의 준비’였다. 은퇴를 몇 년 앞둔 시점부터 이런저런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자부했지만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았다. 별 것도 아닌 일에 들쭉날쭉 하는 마음을 붙잡아두는 장치를 생각했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은퇴를 하고나서도 무언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은 건강하고 능력도 있으니 일을 해야 된다는 주변의 권고도 많다. 그러다보니 은퇴한 다음 날부터라도 뭔가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 무슨 학원엘 다닌다거나 일자리를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시간이 필요한 법이고, 나이든 사람을 기다리는 일자리는 더더욱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50대에 은퇴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60대 중반에 은퇴한 사람들은 부리나케 일을 찾기보다 그동안 ‘빨리빨리’에 혹사당한 마음을 ‘쉬엄쉬엄’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은퇴 이후의 삶이 빡빡해지지 않으려면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조급한 마음이 자신과 관련된 것이라면, 너그러운 마음은 다른 사람과 관련된 마음가짐이다. 다른 사람이 나의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점은 누구나가 알고 있고 인정한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속상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고위직에 있었던 사람이 은퇴한 이후에 이 문제로 애를 태우는 경우를 자주 본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분 나쁜 현상을 볼 때, 먼저 떠올릴 생각은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상만사가 다 나름의 사연이 있다고 생각하면, 들끓던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게 되어 있다.
앞의 두 가지와 함께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이 ‘감사하는 마음’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그냥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음이 아니다. 표현해야 하고 드러내야 하는 마음이다. 표현은 말로 해야 하고, 드러내는 것은 표정으로 해야 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일부러라도 많이 하고 살면 감사할 일이 더 많아진다. 감사하다는 표정을 짓고 밝게 살면 기분 좋은 일이 더 많아진다.
은퇴 이후의 삶이 조금 팍팍한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삐걱대는 일이 많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짜증낸다고 달라지는 건 아니다. 종교적인 권고가 아니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주변이 온통 감사할 일로 쌓여 있음을 알게 된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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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아픔’을 이겨내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