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양 학문과 철학의 한계
자연철학에서 인간중심의 철학으로 전환하던 초기 서양철학은 태생부터 이분법에서 출발하였다. 판단의 척도를 감각ㆍ이성 중 어느 쪽에 두느냐에 따라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철학이 종교의 시녀 역할을 하던 중세를 벗어나 경험론과 합리론으로 구별되는 근대에도 이분법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경험의 주체도 인간이며 합리의 주체 역시 인간이다. 이 중 어느 것을 택하든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어느 것을 택하여 전공한다는 것은 인간이 지닌 고유한 속성 중 일면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연철학에서 인간중심의 철학으로의 전환은 인간 대 자연이라는 또 다른 이분법이었다. 즉 자연이 인간을 위한 하나의 이용 도구로 전락한 것이니, 자연은 인간의 풍요와 쾌락의 도구로 존재할 뿐이다.
인간중심의 철학 또한 남과 여, 능자와 불능자, 재능 있는 자와 없는 자를 나누며 대립ㆍ갈등의 구도로 몰아갔다. 특히 자본주의와 결합된 이분법은 필요한 자와 불필요한 자로 나누어 차별하는 데 중점을 두게 이르렀으니, 다 같은 인간이라는 인식과 실천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데카르트의 경험적 지식에 대한 ‘단편적이고 우연한 지식이다.’라고 한 아주 정확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실용성과 증명이라는 경험론적 지식, 즉 과학적 지식이라는 권위에 밀리며 인간의 본질적 토대의 일면을 학문의 영역에서 소외시키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합리론적 철학이 강한 유럽의 독일과 프랑스는 나름 그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학문은 분과의 시대에 접어든다.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이제 대학은 종합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종합병원이라는 명칭은 이러한 학풍의 가장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그러나 종합대학을 다 합쳐도 우리가 사는 인간과 우주를 설명하지 못하며 종합병원을 다 종합해도 인간을 설명하지 못한다. 하물며 각기 한 분야의 전공이야 어떻다 하겠는가.
오늘날을 우리는 전문가 시대라 한다. 전문가가 법과 제도를 결정하며 전문가가 각각의 전공 영역에서 일하며 그들의 전문적 지식이 존경을 받는 시대이다.
처음 자연과 인간의 분리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특성 중 이성과 감각을 분리하고 다시 각각의 분야로 다시 분리하였으니 오늘 우리가 믿고 신뢰하는 전문적 지식은 우주라는 공간 안에서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하며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올바르다 할 수 있을까.
이분법적 사고에서 발전한 서양철학과 학문은 분과를 설명하는 데는 명료하지만, 전체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대립적 구도로 보아 자연을 파괴하였으며 학문 역시 부분에 치우쳐 돌아가야 할 궁극의 목적을 상실하였다. 이러한 학문을 토대로 구성된 헌법기관과 정부 부처 역시 궁극적으로 실현해야 할 헌법의 전문과 배치된 그들만의 견제와 균형, 분리와 독립에 그침으로써 국민의 삶이 양극화ㆍ저출산 등 국가적 불의(不義)와 불평등(不平等)을 양산하는 주체로 전락하였다.
고주환 논설위원 kjmong14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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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아픔’을 이겨내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