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마다 서점엘 간다. 읽고 싶은 책을 사러 간다. 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점 대표와 이야기라도 나누면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러 간다. 서점에 가면 뜻하지 않은 만남이 이루어져서 기쁘다. 지난주의 방문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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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하고 대표와 근황을 나누는 중에 한남대학교를 은퇴하신 교수님 한 분이 오셨다. 삶을 고결하게 사시는 분이라 낮고 맑은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힐링이 되는 분이다. 중동지역의 전쟁위험에 대해 걱정을 하시면서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셨다. 담소 말미에, 인터넷신문에 기고한 내 칼럼에 대해 과분한 공감을 해 주셨다. 입이 귀에 걸릴 만큼 기분이 좋았다.
교수님이 먼저 가시고 난 후에 서점 대표와 이야기가 이어졌다. 서점 대표는 경영 상의 어려움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리고는 한 권의 책을 들고 와서 한국의 가정교육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탄식을 쏟아냈다. 그에게는 서점의 존망보다 독서와 교육의 정상화가 더 시급한 과제로 보이는 듯 했다.
그가 펼쳐서 보여준 책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나누는 대화가 거의 빵점 수준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가족 간의 대화가 소통이나 존중보다는 무시와 멸시가 태반이라고 했다. 그러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오히려 원수가 되는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엔 복수심만 남게 된다고도 했다.
상대방의 형편을 이해하고 그의 아픔을 작게라도 헤아리려는 것이 대화인데, 그 대화가 상대방의 아픔에 난도질을 더하는 것이라면 대화라고 볼 수 없다. 누구나 동의하는 것이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대화의 기본 원칙이 공감과 경청이라는 것도 귀가 닳도록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화는 상대방의 입장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려고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놓고는 귀를 닫아버린다. 안세영 선수도 그런 대화에 질렸다고 말한다. 협회와 안세영 선수 간에 대화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협회는 안세영 선수의 이야기를 흘려들었고, 안 선수는 분노를 가슴에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대화를 그르친다. 상대방의 형편을 인정하고, 현재를 존중하고, 의지를 지지하고, 처지에 공감해야 대화가 온전해진다. 우리는 말만 주고받으면 대화라고 생각한다. 사회복지현장을 비롯한 많은 조직에서 영혼 없이 오가는 말들을 대화라고 우긴다. 그런데 그 말들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고, 가슴에 적개심을 품게 되는 일이 많다.
얼마 전, 직장상사에 대한 울분을 SNS에 토해낸 글을 본적이 있다. 일방적인 지껄임, 뒤통수를 내갈기는 잡소리, 무시하는 눈초리 때문에 원수가 되었다고 했다. 더디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지지하고 공감할 때, 마음이 오가는 대화가 된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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