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학무우(絶學無憂), ‘배우기를 그치면 근심이 없어진다’는 노자(老子)의 가르침이다. 배움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았던 시대에 배우기를 그만두라는 노자의 주장은 이례적이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부터 누구나 입만 열면 배움을 강조했다. 그래서 수도 없이 많은 권학문(勸學文)들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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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공자가 대표적이고, 도연명도 권학문을 남겼다. ‘젊음은 거듭해서 오질 않고 하루에 새벽이 두 번 오지 않으니, 때가 되거든 마땅히 배움에 힘써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면서 배움을 강조했다. 송나라의 진종황제는 ‘책 속에 세상의 모든 것이 들어있으니 꿈을 이루려면 부지런히 경전을 배우라’고 권면했다.
사정이 이러한데, 노자는 어찌 배우기를 그치라고 했을까? ‘겉치레 배움’의 폐해를 지적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구절을 해석한 이들도 같은 의견이다.
고전에 정통한 김홍한 목사는 ‘제대로 된 공부는 할수록 생각의 벽이 허물어진다. 제대로 하는 공부는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러나 잘못된 공부는 하면 할수록 생각의 벽이 두꺼워지고 높아진다. 생각의 벽이 높아지니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없다’면서 ‘흉악한 공부도 있으니, 흉악한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재앙을 만들어낸다. 출세하려는 공부, 진실을 뒤집는 공부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풀어냈다. 노자는 이런 따위의 배움을 그치라고 강조한 것이다.
‘배움’의 중요성은 따로 강조할 필요가 없다. 배움은 우리 삶의 여정에서 반드시 앞세워야 할 가치이자 덕목이다. 삶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세가 바로 배움을 놓지 않는 것이다. 배움을 멈추는 사람은 그 나이와 관계없이 생각이 멈춘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것이 진정한 배움에 이르는 길이라는 말도 있다.
문제는 ‘잘못된 배움’이다. 근심을 쌓아올리는 배움이다. 이런 배움은 무도한 사람을 양산하고, 갈등과 반목이 되풀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 낸다. 게다가 잘못된 배움에 빠진 사람은 자연과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종국에는 세상을 배배 꼬이게 만든다.
살펴보면, 제대로 된 배움이 끊어지니 마음대로 사는 사람이 많아진 게 확연하다. 올바른 배움이 기를 펴지 못하다보니 온 세상이 뒤뚱거리고 있다.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은 제 식구 감싸는 일에 배운 힘을 허비하고,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못되게 배운 기술로 백성의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사회일반의 교육과정도 얍삽한 기술교육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좋게 말하면 실용교육이지만, 바탕이 부실한 기술은 화(禍)만 키운다. 배움을 그칠 것이 아니라 근심을 키우는 잘못된 배움을 솎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굴절과 왜곡으로 정도에서 벗어난 배움을 바로 잡고,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배움이 깊어지기를 소원한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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